현대백화점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 (feat. 인적분할 / 물적분할)

기업분할

기업을 쪼개는 두 가지 방법, 인적분할과 물

현대백화점
전자공시
현대백화점 인적분할 진행. 한국경제(2022.9.16.)

9월 16일 현대백화점이 인적분할을 진행한다는 기사에 주식정보를 공유하는 카톡방이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으로 또 다른 활기를 띄고 있다.

 

"인적분할이 뭔데요?"

"인적, 물적 분할에 차이가 있나보네요?"

"두산인프라코어 인적분할 당하고 피눈물 흘리고 있는 중인데....."

"당연히 인적분할이 절대적으로 주주에게 낫죠!!"

"인적분할 하면 주식이라도 받을 수 있지 물적은 정말이지... 엘지화학 진짜 XXXXX...."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투자자로서 알아야 하는 상식이 몇 가지 있는데 회사를 분할하는 두 가지 방식인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또한 마찬가지이다.  회사를 분할한다는 말은 그 말 그대로 회사를 쪼개어 나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수합병이나 주요 사업의 집중적인 육성, 오너의 경영 승계 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회사가 가진 여러가지 사업부서 중에서 하나를 분리해 또 하나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당연하겠지만) 유불리를 따져 인적분할이냐 물적분할이냐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두 가지 기업분할의 차이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아래는 참고자료로 현대백화점의 IR자료로서 기업분할의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들 중 하나인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그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현대백화점

 

1. 인적분할

한국경제 경제용어사전에서는 인적분할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기존 (분할)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의 기업분할. 
따라서 인적분할은 주주구성은 변하지 않고 회사만 수평적으로 나눠지는 수평적 분할이라고 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없어 기업들이 자금 부담을 더는 측면에서 선호한다.
주주들로선 존속법인과 신설 법인 간 주식배정 비율 산정이 중요하다. 
상장사의 경우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많은 주주들을 설득하기에도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분할하게 되면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된다.

인적분할이 되면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되며 분할 후 곧바로 주식을 상장할 수 있다. 
주주가 사업회사 주식을 투자회사 주식으로 교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선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적분할 (한경 경제용어사전)

첫 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분할 전 회사의 주주들이 지분율 대로 분할되어 신설되는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으로 기존 회사와 분할(신설) 회사의 주식 모두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대체로 선호하는 기업 분할 방식이다.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간 동일한 비율로 주식이 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 배정 비율이 중요하다고 언급되어 있는데 현대백화점은 공시와 IR자료를 통해 아래와 같이 그 비율을 밝히고 있다.

2022년 6월 30일 현재의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분할신설회사의 순자산 장부가액과 신설회사 자기주식 장부가액을 합산한 금액”을 “분할전 순자산 장부가액과 분할전 자기주식 장부가액을 합산한 금액”으로 나누어 산정한다.
분할비율은 아래와 같다. 
    - 분할존속회사 : 0.7675557    /     - 분할신설회사 : 0.2324443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IR 자료를 보면 한무쇼핑 지분을 관리하는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방식으로 분할 후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한무쇼핑? 뭔가 생소한 이름이 나와서 잠시 짚어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관계사현황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사 현황, 네이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연결대상회사 현황(일부생략), 네이버

현대백화점의 관계사로도 이름이 올라와 있는 한무쇼핑의 주식 보유비중은 46.30%, 자산규모는 연결대상회사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된다.  이 회사 지분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 법인을 신설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니가 뭔데? ㅋ)  아무튼, 자산 규모가 큰 회사이니 연결 모기업에 얼마만큼의 이익이 되고 있는 기업인지 배당의 규모를 통해서 확인해 보도록 하자.

전자공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전자공시

훌륭하다! 짝짝짝!  이런 알짜 기업을 통해서 현대백화점그룹은 돈을 참 많이 벌어왔구나..... 라는 감상은 일단 뒤로 하고, 분할 규모가 존속에 0.767, 신설에 0.233 정도이니 분할 후 설립되는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여느 홀딩스 간판을 단 회사와 마찬가지로 하락하고, 존속기업인 현대백화점은 꿀 빨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멀리왔나.... 다음으로 물적분할에 대해 알아보자.

 

2. 물적분할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요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신설된 회사의 주식 전부를 모회사 소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기업 분할제도다. 모회사는 자회사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다시 자회사를 추가 상장에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요 사업부가 떨어져 나간 모회사 주식 가치는 큰폭 하락을 피할 수 없어 주주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 후 추가상장으로 떨어져 나간 후 10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50만원 아래로 급락했다.
- 뉴데일리 경제, 2022.3.16.

 

뉴데일리 기사에서 설명된 바와 같이 회사를 분할하고자 할 때, 기존 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를 신설하는 형태로 의 기업분할 방식인데, 상법상 기업분할은 인적분할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기존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완전자회사를 신설할 때만 물적분할을 인정하는 것으로 예외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물적분할은 신설되는 법인의 IPO(기업공개 상장)을 하거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을 통해 투자를 받기 용이해 대규모의 투자자금 유치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매우 선호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별도로 분리된 특정사업에 대해서만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자들에게는 커다른 메리트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데 물적분할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그닥 좋지 않은 기사가 대부분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풍산, 방산부문 물적분할 예고에 주주반발…“비상장 유지할 것” < 산업/기업 < 경제 < 기사본문 - 투데이신문 (ntoday.co.kr)

[특징주] 풍산, 방산 부문 물적분할 공시에 8% 넘게 하락 - 조선비즈 (chosun.com)

K-증시 저평가는 현실…"현물출자 통한 물적분할 우회 차단해야" - SBS Biz

[특징주]라이온켐텍, 합성왁스사업 물적분할 결정에 12%대↓ (edaily.co.kr)

다시 드리우는 '물적분할' 그림자…개미들 "일단 피하고 보자" (mtn.co.kr)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묻는다면, 기존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유망 사업의 분할로 기존회사가 지분을 보유 후 비상장을 유지한다면 투자자의 분산이나 주가 희석이 없겠지만, 앞서 말했듯 신설 법인의 IPO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주요 사업이 빠져나가버린 껍데기 뿐인 기존회사에 대한 고평가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통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기존 법인의 주식을 보유하는 투자자의 입장으로 보면 별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업 분할 방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참고로 미국이나 일본 등 금융 선진국의 경우에는 물적분할한 회사의 IPO가 이루어졌다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데 물적분할 자체는 자주 일어나지만 소액주주의 집단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장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금융후진국이라는 건 대주주 마음대로 회사를 손쉽게 뒤 흔들더라도 큰 제재가 없다는 것으로....

뉴데일리 경제, 2022.3.16.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으로 IPO 물량 부담 감소 예상" | 연합뉴스 (yna.co.kr)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으로 IPO 물량 부담 감소 예상"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증권가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과 관련해 주주 보호 강화를 예고한 데 따라 향후 주식 시장...

www.yna.co.kr

그나마 최근 기업들의 이러한 물적분할 행태에 대해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하나 둘 나와주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 물적분할 사례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분할이었는데, 

LG화학
LG화학 주가변화 추이(일봉)

물적분할이 결정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이후 회사 측에서 배당 등을 동원한 당근을 제시하며 연말까지 주가는 상승폭을 키워가며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하락추세를 타기 시작하며 2022년 1월 27일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되면서 45만원 대 까지 하락하기에 이르렀으니 이전부터 주식을 보유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 갔을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3. 마치며

글을 쓰고 보니 인적분할이 무조건 적으로 좋은 것이며 물적분할은 나쁜 것이다.  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물적분할을 하더라도 신설법인의 IPO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분할 전 모기업의 가치 평가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테니 이 부분은 참고해야 할 듯 하다. 

 

물론 대주주 맘대로인 한국 시장에서 물적분할 신설법인의 IPO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점은 담보할 수 없으니 또 안심할 수가 없네...... 결국 한국시장에서는 그래도 인적분할이 주주에게는 더 유리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겠다.  그러니 상법에서도 원칙을 인적분할로 했겠지??? 

 

사족이 많긴 했지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모두들 성공투자를 기원하며 A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