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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설사와 복통 그리고 대장내시경 (원주기독교병원)

by RR아빠 2023. 9. 18.

금요일 저녁부터 심하게 아파오는 배.  점심에 뭘 잘못 먹은 탓이었을까 배에서 들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급 설사가 나올 때면 배가 그렇게 아프고 어지럽고 하긴 했다만 이번엔 뭔가 좀 더 심한 느낌이다.  한 차례 설사를 쏟아내고나면 속이 편해질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배 전체가 심하게 욱신거리는 느낌이 지속됐고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잠을 청했다.  세 시간 정도 잠들었을까? 다시 배가 아파 화장실을 드나들며 변의 상태와 색깔이 이상하다는 걸 확인했다.  점액질에 피가 섞여 나오고 있었던 것인데 잠깐 그러는 것이겠거니 다시 잠을 청했고 또 다시 새벽 5시에 배가 아파 깨어 용변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임을 확인 후 아직 잠들어있던 아내를 살짝 깨워 응급실에 다녀오겠노라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시간 원주 혁신도시에서 택시를 잡는다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되었는데, 카카오 콜로 20분 만에 승차해 일단 원주의료원 응급실로 향했다.  근방에 대형병원이 없다보니 인근 중소도시 환자들이 전부 기독병원으로 오는 것을 고려해 응급실이 붐빌 것이란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일단 접수를 하고 당직의사와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 소화기계통의 출혈은 원주의료원에서 진료가 불가능하니 기독병원으로 가라고 한다.  병원 확장은 그렇게 크게 하더니만 병상만 늘렸나보다.  혹시나 원주 사시는 분들은 이 점 침고하셨으면 한다.  어쩔 수 있나 접수를 취소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기독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도착하니 응급실에 한 명도 없다.  진작에 기독병원으로 올 걸 그랬나보다.  접수 후 이것저것 질문과 응답이 오간 후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응급실을 통해 입원.  간단한 힝문검사 후 발견되는 것이 없어 소화기내과로 전원 처리되었고 51병동으로 들어왔다.

창가자리

마침 병실에도 사람이 많이 없었고 운 좋게도 가장 안쪽인 창가 자리를 배정받게 되었다.  주말이다보니 별도 진료는 없었고 링거만 팔에 꽂은 후 병실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일이었다.   속이 엉망인지라 밥도 못먹고 물도 못마시고 금식을 하라는ㅇ아내가 말했는지 춘천 집에서 어머니 전화가 걸려왔다.  ‘아침을 먹고 다니질 않으니 속이 망가져서 그렇지’ 라는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전형적인 핀잔이 이어졌다.  아들이 40대라도 여전히 어머니 당신에게는 그저 챙겨줘야할 어린 아들인가보다.  마침 기독병원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친척 동생한테도 연락이 왔고 오후 두 시 쯤 업무가 끝났다며 찾아와 그 동안의 안부도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또 시간을 보내니 하루가 저물었다.  저녁이 되고나니 이제 물은 마셔도 된다고 한다.  편의점으로 가서 물을 사면서 입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했다.  아내가 가져다 주겠다 했지만 아직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짐을 싸들고 병원에 오는 것이 너무 고될 것 같고 미안해서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9월 17일 일요일.  입원 이틀 차.  금식이지만 수액덕분인지 배는 고프지 않다.  저녁 8시가 되면 대장내시경 준비를 위해 약을 주겠다고 한다.  대장내시경을 해 본지도 벌써 8년 정도 되었을까?  그 때 겪었던 잦은 배변을 한 번 더 겪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약을 받고 첫 번째 500ml를 조제 후 깔끔하게 마셔버렸는데 속이 너무 메스껍다.  약이 들어있던 박스를 보니 15분 간격으로 나눠 마시라고 되어있네....

공포의 그 약....


9월 18일 월요일
약을 복용하고 난 후 새벽에도 2시간마다 계속 화장실을 간 것 같은데 아직도 장이 다 비워지지 않은 듯.  잠을 좀 청해보려했으나 같은 병실에 입실한 치매 초기 할아버지가 새벽 다섯 시마다 자녀들의 이름을 부르고 왜 대답을 하지 않느냐며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결국 잠에 달지 못하고 여섯 시에 나머지 약을 추가로 복용했다.  이전엔 설명서대로 반을 마신 후 15분 후에 나머지 반을 마셨다.  이걸로 장이 완전히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시경도 빨리 받을 수 있고(원하는 시간에 맞춰 받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래야 퇴원도 빨라질테니 말이다.  

오전 여덟 시.  대변 검사를 해야한다며 용기를 줬는데... 장을 싹 비워냈는데 대변 검사를 어떻게 한다는건지 모르겠다.  parasite / calprotectin 검사용으로 적혀있는데 이건 내시경 전에 보통 진행하지 않나? 입원을 더 시키겠다는 의도인걸까..? 그래서 회진 시 의사선생님께 여쭤본 후 검사를 제외시켰다.

참고로 calprotectin 검사는 분변 검사를 통한 일종의 염증수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에 대장내시경을 추가로 진행하기도 한다.

11시.  드디어 내시경을 받으러 간다.  간만에 입어본 뒷구멍 뚫린 바지.  검사 수 수면으로 진행하다가 잠이 깨는 경우가 있다고도 하는데 내가 깨 버렸네...?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추가되었다.  다행인지 장에 염증이 약간 있는 것 외 추가로 용종이나 출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살짝 몽롱하긴 했지만 금새 멀쩡해졌다.  배는 살짝 아픈데 이것도 곧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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