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의 위기 (ESG vs 유가안정, 러시아 vs 미국)

알래스카는 미국 북서부의 주로 동쪽은 캐나다와 접해있고 미국의 다른 주들과는 떨어져 있다. 서쪽에는 베링 해협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접하고 있으며 남쪽은 태평양, 북쪽은 북극해에 해당한다. 미국의 49번째 주이지만 원래 러시아 제국의 영토였으며 155년 전인 1867년에 당시 러시아 제국의 황제인 알렉산드르 2세가 720만 달러(현재 가치 2조원 추산)를 받고 매각한 바 있다.(알래스카조약)

페트로파블로브스크 항
페트로파블로브스크 항, 러시아

당시 러시아 제국은 오스만 제국, 대영제국, 프랑스 제2대국(나폴레옹), 샤르데냐 왕국이 결성한 동맹군과의 크림 전쟁(1853년~1856년) 중에 있었는데, 당시 영국과의 두 차례 전투로 페트로파블로브스크 항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식민지인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알래스카(모스크바와 7,000km 이상 이격)의 방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보다는 차라리 미국에게 돈이라도 받고 파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상당히 의아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러시아 제국의 최대 적은 영국이었고,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미국에게 매각한 이후로 미국은 알래스카의 영토를 점차 확대시켜 나갔는데, 아래의 지도처럼 알래스카의 지형을 보면 해안지역을 따라서 아래로 가늘고 길게 뻗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마치 프라이팬의 손잡이와 같이 생겼다고 해 '팬 핸들'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이 '팬 핸들' 덕분에 당시 영국령 캐나다가 태평양 연안을 모두 상실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하면서 영국과 미국의 갈등상황도 발생했다고 하며, 미국-캐나다(영국) 의 상호 조약으로 일단락 되었다고 한다.

알래스카, 미국령

다시 돌아와서, 당시 알래스카 조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반대 여론이 엄청 났다고 한다.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H.슈어드는 알래스카를 1평방킬로미터 당 4.2 달러 정도의 헐 값에 구매하였는데 얼음 덩어리인 쓸모없는 땅을 사들인 최고의 바보라고 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알래스카가 슈어드의 냉장고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1899년에 금광이 발견되면서부터 상황은 급 반전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석유와 함께 가스 자원이 발견되면서 그야말로 금싸라기 땅이 되어버렸으니,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복권에 당첨된 격이라 할 수 있겠다.

[위기 #1. 바이든의 딜레마 - 환경이냐 유가안정이냐]

알래스카의 주요 사업은 석유, 천연가스로 1977년 알래스카 횡단 송유관이 개설된 이래 텍사스에 이어 두 번째의 생산량을 자랑하며 알래스카를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 중 하나로 만들어 주었으며, 트럼프 대통령 재임시절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 내 유전을 개발해 60억 달러 규모의 석유와 가스를 생산한다는 코노코필립스 사의 유전 개발 사업인 윌로우 프로젝트가 승인되면서 천연자원개발사업에 의존하는 지역 경제규모는 더 커지는 듯 했다.

윌로우프로젝트
윌로우프로젝트

하지만 눈부신 경제력의 성장 그 이면에는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빠른 온난화 진행이라는 어두운 면이 있었는데, 그 결과 수많은 해빙이 사라지고 동토가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과 함께 북극 생태계의 교란 또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주요 공약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웠던 만큼, 대통령으로 바이든이 당선된 이후 알래스카 지방법원은 해당 사업이 기후 변화와 북극곰, 순록 등 현지의 야생동물 생태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진행할 것을 명령하면서 윌로우 프로젝트는 중지되어 있는 상황이다.
Judge says Conoco can’t build gravel roads, mine at Willow oil project for up to 2 weeks - Alaska Public Media

Judge says Conoco can’t build gravel roads, mine at Willow oil project for up to 2 weeks - Alaska Public Media

U.S. District Court Judge Sharon Gleason’s order comes after conservation groups appealed her decision last week to allow the work at Willow.

www.alaskapublic.org

법원의 중지 명령에 의해 프로젝트가 백지화 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으나,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유가 상승의 압박, 그로인한 지지율의 추락에 의한 몸부림일까,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윌로우 프로젝트가 다시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환경 분석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Biden Administration Signals Support for Controversial Alaska Oil Project - The New York Times (nytimes.com)

Biden Administration Signals Support for Controversial Alaska Oil Project

The administration issued an environmental review that represents a key step toward starting the Willow project. Opponents say drilling would violate Biden’s pledge to rein in fossil fuels.

www.nytimes.com

그 분석에서, 수십억 달러의 계획이 최고조에 달할 때 하루에 18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할 것이며, 생산되는 원유를 태울 때, 그리고 현장의 건설과 시추 활동으로 인해 일생 동안(its lifetime 이라고 본문에 기재되었는데, 아마도 시추를 위한 장비의 내구연한을 의미하는 듯 하다) 최소 2억7천8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라고 밝히며, 환경영향평가는 여러가지 개발 시나리오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한 결과일 뿐, 윌로우 프로젝트의 재개 등 최종적인 결론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프로젝트에 반대해 온 환경단체에서는 행정부가 새로운 환경영향평가를 발표한 것만으로도 이미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위기 #2. 알래스카는 원래 우리 땅 - 러시아의 도발]

이러한 와중에 러시아에서는 알래스카는 우리의 것 이라는 광고판이 등장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Alaska Is Ours" Sign Appears In Russian City, Internet Shocked (ndtv.com)

"Alaska Is Ours" Sign Appears In Russian City, Internet Shocked

The threatening billboards appear just a day after Vladimir Putin's ally said that Russia could reclaim the country sold to the United States in 1867.

www.ndtv.com

시베리아 중남부에 위치해 있는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찍힌 '알래스카는 우리의 것' 이라고 적힌 광고판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온 것인데, 이미 매각절차에 의해 미국 땅이 된 알래스카이지만,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압류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시위로 보여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일부 러시아 의원은 의회에서 미국이 알래스카를 러시아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알래스카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미국에 남을지 러시아로 재편입될지를 물을 수도 있다고 했다는데 물론 현재 알래스카에 러시아 정교회도 다수 분포해 있고, 러시안-알래스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곤 하지만, 미국령인 알래스카를 놓고 점령지에서나 통했을 법한 이야기를 하는 건 무슨 자신감에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이 러시아에게 알래스카를 반환할 이유도 없고, 이유가 있다고 해도 엄청난 규모로 매장되어 있는 자원을 쉽게 포기할리도 없기 때문이다.

유가
WTI Oil Price, Marketwatch (2022.7.8.)

7월 8일 기준 유가는 배럴당 104.80 달러로 거래를 마감한 바 있다. 전쟁이 멈추든,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든, 수요가 파괴되든 한 가지 정도는 이제 정리되어도 될 시점이 되지는 않았을까 기대해보면서 마무리해 본다.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이다. 블로그든 뭐든 열심히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경제적 자유가 나에게도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