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존엄성 vs 여성의 자기결정권 (feat. 로 대 웨이드)

현대약품 일봉 (2022.7.12.)

최근 탈모 치료제와 연관된 주식들이 상승하면서 탈모치료제 마이녹실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약품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으며, 치매치료제인 하이페질산을 정식 출시하면서 6월 24일 최저점 3,780원에서 7월 6일 최고가인 6,940원까지 단기간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며칠간 잠잠하던 주가가 오늘(7월 12일) 처방전 없는 경구피임약의 FDA 승인 신청 소식에 다시 급등세를 연출했다.
[특징주]현대약품, 美FDA '처방전 없는 사전피임약' 첫 승인 신청 소식에↑ - 파이낸셜뉴스 (fnnews.com)

FDA 승인 신청만으로 주가가 이렇게 급등할 수도 있는 것일까 생각도 들겠지만, 6월 24일 미국 연방 대법원이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발생한 여러 반응들을 살펴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 ROUND 1. Roe vs Wade (1973) - 로 대(對) 웨이드 판결

로 대 웨이드

1969년 텍사스 주 댈러스 카운티의 맥코비라는 여성은 강간을 당해 임신을 했다고 주장하며 낙태수술을 요청했으나 임신부의 생명이 위독하지 않고 성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리포트가 없다는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1970년 텍사스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린다 커피와 사라 웨딩턴은 미혼 임신부인 맥코비를 대신해, 제인 로(Jane Roe, 원고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법원 문서에 사용된 가상의 이름)라는 이름을 내세워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텍사스 주법이 수정헌법 1조, 수정헌법 4조, 수정헌법 5조, 수정헌법 9조, 수정헌법 14조에 의해 보호되는 로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텍사스주 댈러스 카운티의 지방 검사 헨리 웨이드(Henry Wad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텍사스 주법은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낙태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있었으며, 로는 자신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진 않았지만 안전한 의료 환경에서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텍사스 법원은 주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으며, 웨이드는 이에 불복해 1971년과 1972년 대법원에 항소했고, 최종적으로는 텍사스 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이루어졌지만 최근 연방대법원이 이 결과를 뒤집기 전까지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사건이다.

Roe vs Wade(1973).  7대 2로 Roe 승소

당시 연방 대법원 판사였던 해리 블랙문은 오직 '강제적인 국가 이익' 만이 사생활과 같은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는 규제를 정당화하며, 따라서 입법자들은 '위기에 처한 합법적인 국가 이익만을 표현하기 위해' 좁은 범위로 법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수정헌법 14조의 정당한 절차 조항에는 임신부의 낙태 여부 선택을 보호하는 근본적인 '사생활권'이 내재돼 있지만, 이 권리는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고 '인간의 삶의 잠재력' 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이익과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본 사건에서 이의를 제기한 텍사스 법은 이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대법원은 임신 중절을 위한 절대적 권리라는 로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며

임신 초기 국가는 낙태 결정을 규제하지 않을 수 있으며 오직 임산부와 그녀의 주치의만이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임신 2기에는 국가가 산모 건강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낙태죄를 부과할 수도 있으며, 임신 3기에는 태아가 '생존가능성'의 경지에 도달하면, 법에 낙태가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의 예외를 포함하는 한, 국가는 낙태를 규제하거나 완전히 금지할 수 있다.

라는 내용으로 임신 6개월까지는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바, 여성의 사생활 권리와 낙태를 규제하는 국가의 이익의 균형을 맞추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여진다.

참고자료(링크) : Roe v. Wade Case Summary: What You Need to Know - FindLaw

Norma McCorvey (노마 맥코비 A.K.A Jane Roe)

아이러니하게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최초의 여성 자기결정권을 인정받은 제인 로 - 노마 맥코비는 1990년대 들어서부터 당시 자신은 변호사에게 속아 낙태할 권리를 얻어내려는 미끼로 이용됐다며 주장했고, 이후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가 되면서 급진적인 낙태 반대론자가 되어 많은 낙태반대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참고자료(링크) : In ‘AKA Jane Roe,’ one-time Sonoma County resident Norma McCorvey explains why she switched sides on abortion (pressdemocrat.com)

# ROUND 2. Planned Parenthood v. Casey (1992) - 로 대(對) 웨이드 후속판결

펜실베이니아 주 의회는 1988년과 1989년에 낙태죄를 개정했다. 새로운 법은 사전 동의와 함께 낙태절차 전 24시간의 대기 기간을 요구했으며 낙태를 원하는 미성년자는 한 부모의 동의가 필요, 낙태를 원하는 기혼 여성은 남편에게 태아 낙태 의사를 통보했다는 사실을 표시할 것 또한 요구했다.

Planned Parenthood v. Casey (1992), 5대4로 Roe 판결 합헌성 유지

5 대 4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합헌성을 재확인했다곤 하지만 법원은 펜실베이니아 주 의회에서 개정한 조항의 대부분을 지지했는데, 재판관들은 최초로 낙태를 제한하는 법의 타당성을 결정하기 위해 새로운 기준을 부과했다. 새로운 기준에서는 '태아가 생존능력을 갖추기 전에 낙태를 하고자 하는 여성의 앞 날에 실질적인 걸림돌'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특정한 목적이나 효과가 있는지를 물었으며,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남편에게 통지하는 조건이기에 해당 조건을 제외한 모든 요구사항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 ROUND 3. Dobbs vs Jackson women's health org(2022) - 로 대(對) 웨이드 판결 뒤집기

미시시피주는 2018년에 낙태의 금지 기준을 임신 20주 이후에서 임신 15주 이후로 변경하고 최소한의 예외사항 외에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하원법안 1510호(HB1510) '임신연령법'이라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반발한 미시시피 주의 유일한 낙태 클리닉인 잭슨 여성 보건기구와 의사들 중 한 명은 연방 지방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며 주정부 보건책임자인 토마스 돕스(Thomas Dobbs)를 상대로 긴급 임시 금지 명령(TRO)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미국 헌법 수정 제14조에 따라 낙태를 위한 여성의 선택이 사생활에 대한 권리에 의해 보호된다는 것을 근거로, 일반적으로 태아 생존 전에 낙태를 금지하는 주들을 금지했던 Planned Parenthood vs Casey의 판결에 기초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임신연령법의 집행을 막았으나 2022년 6월 24일 낙태가 국가의 역사에 깊이 뿌리박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상의 권리로 규정할 수 없으며, 개별 주들은 낙태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규제할 권한이 있다는 주장이 6대 3으로 채택되면서 미국 연방 대법원은 공식적으로 미국인들의 낙태권을 1973년부터 보장해왔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했으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대표했던 낙태권의 존폐 결정은 미국의 각 주 정부 및 의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참고자료(링크) : What Is 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Inside the Supreme Court Case That Overturned Abortion Rights - CNET

미국 내 반응 및 증시영향

미국 대통령인 바이든은 자신에게 낙태와 관련하여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줄 것을 행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씨티그룹, 애플, 메타, BoA 등 미국 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낙태 합법 지역에서 '원정낙태'를 할 수 있도록 낙태여행 경비를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당연히 반대의 움직임도 있다. 텍사스 주 하원의원인 브리스코 케인은 씨티그룹에게 낙태 여행 경비를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내며 직원들의 낙태를 돕는 회사와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낼 것이라 밝혔다. 참고로 텍사스는 낮은 세율과 적은 규제로 인해 기업 소재지로 각광받는 곳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증시
EVOFEM BIO. NASDAQ

증시쪽을 보면,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에 대해 헌법상 권리를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후 여성 피임약을 만드는 중소형 생명공학 회사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애자일 테라퓨틱스(AGRX) 는 산아제한을 위한 경피 패치를 공급하는 것이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오퍼링 계획을 발표하며 폭락했고, 또 다른 관련회사인 에보펨 바이오사이언스(EVFM)는 Phexxi 라고 하는 비호르몬 피임젤을 판매하고 있는 점이 부각되면서 판결 이후 주당 가격이 저가대비 4배 이상 상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BABY vs FETUS / 생명의 존엄성 vs 성적 자기결정권

태아를 대하는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는 baby와 fetus로 구분되는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중의 아이를 단순한 유기물질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 생명체로 보아야 할 것인가. 생명체로 본다면 언제부터 생명체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중이며 영원히 끝내지 못할 논쟁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생명의 존엄성이든 성적 자기결정권이든 모두 소중한 가치이며, 본디 가치라는 것은 사람마다, 그 사람이 속한 사회환경마다 다르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 어느 것 하나 무시되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로 대 웨이드를 비롯한 여러 판결에서 생명에 위급한 상황 등을 예외로 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는 있다만, 개인적으로, 흔한 표현을 빌리자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제 막 생겨난 생명의 불씨를 꺼뜨리는 낙태라는 행위기 다소 폭력적이라 생각되는 부분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하지 않을 듯 하다.